2010년부터 PC패키지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게임이 속속 나왔습니다. 간디 패러디로 유명세를 탄 ‘문명5’가 시작이었죠. ‘문명5’의 인기가 이어지자 결국 한글판으로 재발매되고 콘텐츠 안에 세종대왕과 거북선이 등장하는 등의 기분 좋은 이슈도 생겼습니다.

지난해 ‘마이트앤매직히어로즈6’와 ‘풋볼매니저2012’가 출시되는 등 이른바 ‘악마의 게임’ 3종이 줄줄이 게이머들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이들 게임은 시리즈를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고 재미가 검증돼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게 된 것인데요.

게다가 작년 말 ‘엘더스크롤5:스카이림’이라는 걸출한 게임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이 게임이 나오자 해외 게임매체들에서 극찬이 이어졌는데요. 실제 시장에서도 반응도 좋아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타이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엘더스크롤5:스카이림’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영문판이 출시되자 이용자들이 직접 한글화를 해내는 이슈도 생겼네요. (관련기사: 게이머의 힘…패키지게임 한글화도 ‘뚝딱’)

이처럼 지난해 PC패키지게임 국내 시장은 대작 풍년이었습니다. 악마의 게임 3종이 줄줄이 나왔고 전작 이후 5년만에 출시된 ‘엘더스크롤5:스카이림’까지 후폭풍을 몰고 왔으니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법도 한데요.

그러나 기자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앞서 언급한 타이틀 가운데 3종을 국내에 배급하고 있는 인트라링스 측은 “시장 변화가 느껴지질 않는다”고 전했는데요.

해외에서 1000만장이 넘게 팔린 ‘엘더스크롤5:스카이림’도 국내에서는 2만장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한글화를 시도했고 이것이 이슈가 되자 타이틀 판매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파급효과는 거기까지라는 것이죠.

일단 불법복제가 PC패키지게임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국내 이용자들의 저작권 의식이 개선되지 않은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보이는데요.

또 하나의 문제로 인트라링스 측은 글로벌 게임서비스플랫폼인 밸브의 스팀(Steam)을 꼽았습니다. 스팀은 디지털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글로벌 게임배급망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스팀 외에 일렉트로닉아츠(EA)의 오리진(Origin)도 있겠군요.

이 스팀이 배급사 입장에서 보면 불법복제만큼 무서운 존재인데요. 구매력을 갖춘 정품 패키지 이용자들을 스팀과 나눠야 하기 때문이죠. 배급사가 다 가져가도 수지타산을 고민해야 되는 시장을 나눈다고 하니 그들의 볼멘소리도 이해는 갑니다.

스팀으로 인해 PC패키지게임 시장이 활성화돼 시장 자체가 커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으나 국내 시장이 워낙 협소해 이 부분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의 PC패키지게임 국내 시장은 유통망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서 더 이상 개발사례가 나오지 않으니 향후 시장 성장에도 크게 의미를 두기가 힘든데요. 스팀이 점차 세를 불려가는 지금, 배급사들의 고충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2/03/01 18:09 2012/03/01 18:09


지난달 국내에 정식 발매된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이라는 유명 PC패키지게임이 있습니다. 5편이 나온 것만 봐도 인기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도 대단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국내 배급사인 인트라링스에 따르면,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의 해외 매체 평점은 96점인데요. 이는 한 매체의 평점이 아닌 56개의 매체의 리뷰 평균을 낸 점수입니다. 이 정도면 범작의 수준은 훌쩍 뛰어넘은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채널 스파이크TV가 매년 개최하는 유력 게임시상식 ‘VGA(Video Game Award) 2011’에서 올해의 게임(GOTY, Game Of The Year)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GOTY 수상은 ‘배트맨: 아캄시티’, ‘언차티드3’, ‘젤다의전설:스카이워드소드’ 등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일군 성과라 크게 주목을 받았죠. 전편인 ‘엘더스크롤4’도 2006년에 GOTY를 수상한 바 있네요.

이 때문에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국내 발매 당시 한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수지타산 문제로 영문판 그대로 국내에 출시되는데요.

이에 대해 배급사인 인트라링스는 “판매량의 문제”라며 “유명한 게임이긴 하지만 국내 판매량이 한글화 비용을 충당할 만큼 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3대 악마의 게임 중 하나인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 ‘문명5’도 출시 이후 이용자 반응이 뜨거워 한글화가 진행됐습니다. 원래 영문판 그대로 나왔죠.

이후 출시된 유명 PC패키지 ‘마이트앤매직히어로즈6’(MMH6)는 문명5로 시장에 훈풍이 불기도 했고 탄탄한 국내 고정팬에 힘입어 한글판으로 출시가 됩니다.

앞선 사례를 보면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의 한글화가 좌절된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 무척 아쉬울 텐데요.

포털 네이버에서 ‘엘더스크롤’ 관련 인터넷카페를 검색하면 가입회원이 37만명을 넘어갑니다. 이정도 인기가 있는 게임의 한글화가 좌절됐다는 것은 고사 직전의 국내 PC패키지게임 시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게이머들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한글화를 시도했습니다.

‘엘더스크롤5’는 방대한 콘텐츠와 극한의 자유도를 보이는 장르입니다.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하면 캐릭터 간 대화나 퀘스트(임무)만 해도 게이머들이 번역해야 할 분량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엘더스크롤4’도 게이머들이 한글화에 나섰으나 출시 5년이 지난 지금도 완역본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웬일입니까. 출시된 지 한 달이 막 지난 시점에 ‘엘더스크롤5’의 한글판이 나왔습니다.

물론 한글화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즐겨본 이용자들의 반응이 게임 진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하네요. 많은 게이머들이 보다 완벽한 한글화를 위해 지금도 작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엘더스크롤5’ 배급사인 인트라링스는 “우리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유저들이 고생해서 한글판을 만들어낸 것이다. 불법이네 뭐네 하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분량이 엄청나게 많은데 한글판이 일찍 나온 것은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배급사는 내심 좋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동안 구매를 망설이던 게이머들이 한글판 소식을 듣고 게임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한글판은 게이머들의 순수한 열정이 일궈낸 결과물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 한글화 작업에 나서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게이머들의 열정에 기자도 놀랐습니다.

2012/01/06 01:09 2012/01/06 01:09